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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2024, 안녕 2025

· 21 min read
Haril Song
Owner, Software Engineer at 42dot

reminiscence

Ov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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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일기를 바탕으로 작성했기 때문에, 글이 살짝 오글거릴 수 있습니다 😂

2024년엔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더 좋은 문장이 떠오르지 않아서, 이런 뻔하기 그지없는 문장으로 회고를 시작한다. 누구나 '오늘, 엄마가 죽었다' 같은 문장으로 글을 시작할 수 있는건 아니니까. 아니, 그게 가능한가. 잘 모르겠다.

2024년 이벤트들

블로그 플랫폼 변경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개발자건 비개발자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는,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도메인을 구매했다. 어느 플랫폼으로 가더라도 항상 사람들을 모을 수 있도록.

도메인이 고정되니 온전히 나만의 공간이 생긴 것 같아서 아주 만족스럽다. 블로그 플랫폼은 Docusaurus 로 정했다. 이유는 Jekyll 블로그를 Docusaurus 로 이사하기 에서 소개했었다.

디자인이 메인 업무는 아니다보니 자잘한 버그들이 아직 메인페이지에 남아있다. 천천히 조금씩 시간을 들여 개선해나갈 예정이다.

  • 최근에 Fuma-docs 라는 프레임워크도 알게 되어서 또 살펴볼 예정이다. 상술했듯이 도메인 주소가 고정되니 플랫폼 종속적이지 않아서 참 좋다.

오픈소스 활동

많은 개발자가 오픈소스에 기여하고 싶어한다. 나 역시 그렇다. 몇 년전엔 그냥 직접 오픈소스를 만들어서 공개하기도 했다. 필요한게 있으면 만들어서 쓸 수 있다는 점이 개발자의 장점인데,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직접 만든 오픈소스는 옵시디언의 플러그인으로, O2 라는 이름을 붙여뒀다. 현재 다운로드 수가 4k 을 넘겼고, 간간히 PR 이 올라오곤 한다. 최근 블로그 이사와 더불어 Jekyll 뿐 아니라 Docusaurus 에 대한 지원도 추가해서 더 풍부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추가적으로 Fixture Monkey 에도 기여했다. 구체적으로는 공식 문서 번역 작업 및 간단한 기능을 추가했다. 지난 몇 년동안 테스트 코드를 작성할 때 항상 쓰는 라이브러리라 더 유명해졌으면 좋겠다. 정말 좋은 라이브러리인데 사람들이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아 다소 아쉽다.

커뮤니티 활동

현재 적극적으로 활동 중이거나 팔로업 중인 커뮤니티는 4군데 정도 있다.

  • Code for Korea
  • 글또
  • LIVID
  • 스터디클럽

투입하는 리소스는 각각 다르지만 이 중 3곳에서는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커뮤니티 활동으로는 인적 자원 뿐만 아니라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되는 인사이트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엔지니어로서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면 억지로라도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에 스스로를 노출시켜야 한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나름의 성과를 얻었다. 뛰어난 분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점은 정량화하기 힘든 장점이다.

다만, 24년 말부터 정신적으로 소모되는 느낌이 들고 있다. 외부 활동이 잦다보니, 체력적으로 부담도 되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기가 어렵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스스로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25년부터는 커뮤니티 활동을 줄이고 칩거(?)할 생각이다.

프리미어리그에 대한 관심 증가

원래 축구는 거의 보지 않았지만 손흥민 선수의 활약을 보기 위해 토트넘의 경기를 유튜브로만 간간히 봤었다. 전직장 동료가 열정적으로 맨시티를 응원하는 분이여서 맨시티가 지면 놀리는 재미가 있었다. 근데 맨시티가 지기를 기원하며(...) 보다보니 어느새 내가 해외축구에 스며들게 된거 같다. 어느 순간 맨시티, 토트넘 뿐 아니라 다른 경기도 챙겨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 결국 스포티비도 구독 리스트에 추가되어 지갑을 거덜내는데 일조하고 있다.

손흥민 선수가 은퇴하면 어떤 팀을 응원해야할까 고민하다가, 클롭 감독의 매력에 빠져 리버풀을 응원하게 되었다. 지금은 리버풀의 감독이 바뀌어 클롭 감독의 리액션을 볼 수는 없지만, 여전히 리버풀을 응원 중이다. 아마 앞으로도 꾸준히 리버풀을 챙겨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liverpool logo

로고가 참 멋있다.

스터디에 대한 고민

24년에도 여전히 스터디는 꾸준히 진행했다. 일부는 직접 리딩했으며, 평범하게 책만 읽는 스터디는 좀 지루해서 실습 중심으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기도 했다. 책을 같이 읽는 것보다 재미는 있었지만 꽤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해서 구성원에게 다소 부담이 된 거 같기도 하다. 스터디에 투자하는 시간이 적어지면 부담은 적지만 많은 것을 얻기는 힘들다. 일종의 트레이드오프 관계인 것인데 강한 동기 부여가 될만한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다. 이런 부분이 스터디를 운영하거나 이끌어가기 어려운 점인 것 같다.

특히 24년도에는 운 좋게도 실력이 뛰어나신 분들과 스터디를 고정적으로 함께 하게 되었다. 구성원이 계속 바뀌는 스터디만 하다가 고정멤버로 하니 안정감도 있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워주는 느낌이 들어서 만족스럽다. 수시로 일정이 밀리지만... 그래도 내용은 항상 충실하다...

매주 2~3개의 스터디를 동시에 진행하는게 꽤나 힘들었기 때문에, 25년도에는 스터디를 좀 줄이고 혼자서 공부하는 시간을 늘려보려고 한다.

사실 하고 싶은 주제는 많은데 사람들이 같이 안해준다... 선형대수 같이 스터디하실 분 환영

1일1커밋 중단

1일1커밋을 할 때는 수술 전 병실에 입원한 상태에서도 커밋을 했다. 무언가에 홀린 듯 알람을 맞춰두고 정해진 시간에 커밋하는걸 3년 가까이 반복해왔다.

24년 추석, 부모님이 귀경길에 교통사고를 당하셨고1, 경황이 없어 그 날 공부하며 정리한 내용을 커밋하지 못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자정이 지나있었다. 그렇게 거의 3년을 유지한 1일1커밋은 지켜지지 못했다.

고민이 됐다. 1일1커밋을 다시 시작해야할까.

생각보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이런거 안해도 내가 매일 공부한다는 사실이 변하지 않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미 매일 공부하는건 루틴이 된지 오래인데 뭘. 곧바로 그동안 커밋 기록이 사라질까 두려워 지우지 못했던, 필요없어진 깃허브 리포지토리를 모두 지우거나 아카이브 처리했다.

열심히 관리했던 커밋 히스토리에 구멍이 숭숭 뚫렸지만 속은 후련했다. 그동안 자각하지 못했지만 부끄럽게도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커밋을 해왔던 것이다. 내려놓고 나니 그제서야 부질없는 것에 얽매여 있었다는걸 깨닫게 되었다.

굳이 타인에게 어필할 필요는 없다. 내가 매일 공부하는건 내가 알고 있으니.

2023-commit-history

정리 이후 2023년에 구멍이 뚫렸다... 괜히 신경쓰이는걸보니 살짝 미련이 남은걸까 😂

첫 이직

일을 시작한지 만 2년이 흘렀을 때부터 조금씩 다른 회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같은 회사에 여러 해 있으면서, 고이는 느낌이 드는게 싫었다. 여러 번의 면접을 봤고 결과적으로는 현재 회사로 오게 되었다. 현회사 면접이 여러 의미로 아주아주 힘들었는데, 재미있게도 이 부분이 현회사를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다. 자세히 설명할 수 없는게 참 아쉽다.

어찌되었건 늘 꿈꾸던 판교 라이프를 보낼 수 있게 되었으나, 현실은 출퇴근 지옥2을 맛보고 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조만간 회사 근처로 이사하려고 계획 중이다.

문제는 경제다, 바보야.

기본적인 전략은 장기 투자 스탠스를 유지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기대지 않으며 스스로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다. 초반에는 아는 것이 없어서 이런저런 산업군에 투자했지만, 잘 모르는 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산업에 투자하는게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들었다.

그래서 미국 IT 산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고, ETF 를 적절히 활용하여 분산 투자를 하고 있다. Three-fund portfolio 개념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코인시장은 여전히 잘 모르는 분야라 관망 중이지만, 조금씩 공부를 하고 있다. 코인에 투자하는건 투기일뿐 사회적으로 도움되는 활동이 아닌 것 같아서 다소 거부감이 든다. 사게 된다면 비트코인 한정으로 조금씩 적립식으로 사게 될 것 같다. 채권 + 주식 + 금 + 코인 형태처럼, 여러 자산을 활용해서 분산 투자하는 개념으로 접근해보려 한다.

다만 포트폴리오가 늘어나면 리밸런싱이 좀 귀찮을 거 같은 부분은 고민이다. 아직은 투자처 고민할 시간에 사이드 플젝으로 할만한 거 없는지 고민하는게 더 재미있다.

유니세프 후원 시작

unicef-image

꿈이 있다. 돈을 아주아주 많이 벌어서 재단을 만들고, 그 자본을 바탕으로 사회적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다는. 글로 남기려니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 같기도 하지만 나름 원대한 목표다.

개발하면서 마주하는 문제는 사회적인 문제에 비하면 너무나 쉬운 문제다. 적어도 생존이 걸려있진 않다. 여기서 생존은 말 그대로 목숨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들이다. 그런 문제를 푸는 것이 엔지니어로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 중 가장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그럼 나는 돈을 아주아주 많이 벌 때까지 아무 것도 못하는게 아닌가. 돈을 얼마나 벌어야 많이 벌었다고 할 수 있지? 🤔

그래서 그냥 지금 후원을 시작했다. 소액이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에는 내가 돈을 많이 벌 때까지 기다려주지 못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바로 시작하는게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의 가치 관점에서 바라보는 회고를 적기에 적절한 순간

개인적으로, 생일과 같은 기념일에 특별한 가치를 두지 않는다.

기념일이나 생일과 같은 특별한 날에 특별함을 느끼거나 축하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 이유는, 특정 날에 특별함을 부여하는 순간 다른 날들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분은 자연스럽게 평범한 일상에서 소중함을 느끼는 것을 방해하며, 특별한 날을 기다리며 살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결국, 평범한 하루하루가 덜 중요하게 느껴지게 된다.

일상의 가치를 되찾기 위해 나는 특별한 날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는 역설적이지만, 평범한 하루 속에서 진정한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어제 갑작스러운 사고로 생을 마감한 사람에게 물어볼 수 있다면, 오늘은 무엇보다 간절했을 하루였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 때면, 평범한 하루의 무게에 비해 기념일이라는 것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지 고민해보게 된다. 간절한 사람들에게는 기념일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저 하루가 더 필요하다.

그렇다고 매일매일 살아있음을 서로 축하하거나 특별한 날처럼 대하며 살 수는 없다. 인간은 매우 빠르게 적응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금방 당연시하게 된다.

그렇다면 특정 날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든 날이 똑같이 중요하고 소중하다” 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평범했던 일상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지 않을까. 일상은 본래 그 자체로 소중하다.

그저 기념일에 관심이 없는걸 합리화할 수단을 찾아버린걸까 싶기도...

서론이 너무 길었다. 이 인간 그래서 회고는 언제 써야한다는거야.

이렇게 25년을 맞이 하며 24년 회고를 쓰고 있지만 사실 회고는 그냥 아무때나 쓰면 되는 것3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한해를 정리하기에 시의적절하고 보기 좋은 것 외의 더 큰 이유나 가치는 느껴지지 않는다. 글쎄, 생각해보면 그 이상의 큰 이유가 필요한가 싶기도 하다.

나름의 낙관적 허무주의 라고 생각한다.

Conclusion

마지막으로 2024년을 요약해보고, 25년 계획을 남겨본다. 공개적으로 선언하면 비교적 잘 지키는 효과가 있다던데, 부디 그 효과가 있길 바라며.

2024년 정리

  • 총 126개의 글을 작성하다. 이 중 14개의 글을 다듬어서 블로그에 발행했다.
  • EPL 을 즐겨보게 되다. 특히 리버풀.
  • 3개의 대형 컨퍼런스에 참여하다.
  • 첫 이직 이벤트를 겪다.
  • 다수의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게 되다.
  • 여러 종류의 스터디를 경험하다.
  • 오픈소스를 직접 만들고 또 기여하다.
  • 유니세프 후원을 시작하다.
  • 회고를 쓰겠다고 결심하다.

2025년 계획

  • 내면의 평화를 위해 대외 커뮤니티 활동을 줄이기
  • 영어회화 공부하기
  • AI 를 이해하기 위해, 수학 공부하기
  • 운동하기 (클라이밍, 헬스 등)
  • 가능하다면, 강의 출시하기
  • 항상 친절하기

Footnotes

  1. 폐차해야할 정도로 큰 사고였지만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으셨기에 금방 퇴원하셨다.

  2. door to door 90분

  3. 고작 이 이야기 하려고 이렇게 길게 빌드업을 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